이무진이 다시 부른 '아파트'엔 ○○가 없다

입력 2022-08-04 13:08   수정 2022-08-06 06:48


요즘 건설업계에서 ‘롯데건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 볼 수 없었던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어서다.

건설회사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분양 때를 제외하고는 소비자와 직접 마주칠 일이 많지 않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가 활발한 유통, 식품 등 소비재 기업보다는 마케팅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다. ‘아파트 분양 전단지 광고나 물티슈 사은품 외에 새로울 게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롯데건설은 이런 인식을 과감히 깨고 있다. ‘건설사는 오래되고 보수적’이라는 이미지를 깨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MZ세대의 마케팅 직접 참여 ▲VOC(고객의 소리)를 반영한 주거 고급화 ▲건설현장에서의 디지털 전환 등을 시도했다.

뉴미디어 채널을 통한 마케팅은 ‘파격의 연속’이다. 아파트 브랜드 광고에 신인 가수를 동원한 뮤직비디오를 찍어 화제가 됐다. 중장년층이 장악(?)한 아파트 커뮤니티도 확 바꾸고 있다. 젊은 피를 수혈받기 위해 신입사원 공개채용 때 MZ세대인 직원들을 면접관으로 등장시켜 업계 이목을 모았다.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의 과감한 마케팅 시도가 롯데 계열사의 역량에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롯데그룹은 국내 1위 백화점, 마트, 홈쇼핑, 호텔 등의 계열사들을 두고 있다. 소비자를 붙잡기 위한 마케팅이 치열한 분야다. 유통과 호텔이 보여준 ‘속도감 있는 마케팅’을 건설업에도 선보였다는 분석이다.

이런 노력으로 롯데건설은 올 상반기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누적 수주액 2조7000억원을 돌파, 국내 건설사 ‘빅3’에 진입했고, 서울시 기준으로는 수주 성적 1등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신설한 리모델링 전담부서도 성과를 내면서 국내 최대 리모델링 사업으로 꼽히는 강동구 선사 현대아파트 수주에 성공했다.
상황 1 소비자들이 젊어진다
도전 1 마케팅 최전선에 MZ세대 앞세워
1년여 전부터 운영 중인 롯데건설의 공식 유튜브 채널 ‘오케롯캐’에서는 최근 250만 뷰를 넘긴 한 동영상이 화제였다. 가수 이무진이 1982년 발표된 윤수일의 노래 ‘아파트’를 리메이크 해 부른 것. 롯데캐슬의 한 단지를 배경으로 찍어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이 영상은 사실 ‘상도역 롯데캐슬 파크엘’을 홍보하기 위한 동영상이었지만 단지의 장점을 열거한 홍보 내용이 전혀 없다. “아파트 단지 홍보영상인 줄 모르고 봤다”는 호평을 들으며 단숨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외에도 젊은층이 관심가질 만한 부동산 및 경제 정보를 보내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최근 오케롯캐 채널은 국내 한 인터넷 서비스 평가기관으로부터 기업 일반 유튜브분야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4월엔 유튜브 채널 구독자 10만명을 달성하고 ‘실버 버튼’을 획득했다. 기업 유튜브 채널이 1년도 안 돼 실버 버튼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신입사원 채용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MZ세대 실무진이 참여한 것. 입사 3~5년차의 MZ세대 실무진들이 면접에 참여해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를 선발하는데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새 가족을 맞는데도 적극적이다. ‘사장님 훈화말씀과 다짐’ 위주의 고루한 신입사원 입사식 대신 사령장, 사원증, 뱃지, 명함, 다이어리, 입사축하 카드, 각인 만년필 등이 들어있는 ‘웰컴 키트’를 지급한다.

이런 결과물은 건설사 기업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CEO와 MZ세대로 구성된 직원들이 직접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는 ‘주니어 보드’가 영향을 미쳤다. 유튜브를 운영할 때도 “단순한 브랜드 홍보의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부 고민을 담아 부동산 재테크 및 경제 정보를 담은 콘텐츠도 내보내고 있다. 올해는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비대면 노래 경연대회를 개최해 많은 임직원들의 관심과 호응을 얻었다.
상황 2 주거 브랜드 고급화 니즈 확대
도전 2 ‘살롱 드 캐슬’, 공간의 고급화
롯데건설은 변화된 라이프스타일과 최신 인테리어 트렌드를 반영한 커뮤니티 ‘살롱 드 캐슬(Salon de CASTLE)’을 선보였다. ‘살롱 드 캐슬’은 MZ세대의 다양한 취향 모임인 ‘취향살롱’ 문화를 접목시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롯데캐슬의 커뮤니티 브랜드다. 롯데건설이라는 큰 브랜드 안에 살롱 드 캐슬이라는 작은 브랜드를 또 하나 선보인 것. “아파트 커뮤니티는 동네 아줌마 아저씨, 노년층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을 깨기 위한 시도다.

살롱 드 캐슬이 강조한 것은 공간의 고급화다. VOC 분석을 통해 실사용자 중심의 설계를 제공하고, 사용성 향상을 위한 모바일 앱 연동 키오스크를 도입한다. 고급 호텔 라운지를 연상하게 하는 메인 로비와 도심 속 클럽하우스의 고급스러움을 담은 실내 골프클럽 등 고품격 디자인을 추구한다. 향후 수주하게 될 정비사업장이나 자체 택지개발 사업을 통해 선보이는 롯데캐슬 혹은 르엘(고급 주거브랜드)에서 선보일 전망이다.

롯데건설은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제작해주는 ‘커스터마이징’ 시공 경험도 갖추고 있다. 최고급 주거단지로 꼽히는 시그니엘, 나인원 한남 등을 시공한 경험을 살려 다양한 가구, 평면도 선보이고 있다. 획일적인 아파트 평면에서 벗어나 다양한 공간 구성을 제안한 것이다.

롯데건설이 제시한 새로운 주거공간 ‘AZIT(아지트) 3.0’ 이 대표적이다. ‘Safety Home’(안전한 집), ‘All in Home’(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집), ‘Unique Home’(취향대로 할 수 있는 집)을 주거 트렌드로 잡고 다양한 평면을 제시한 것. 공간, 가구, 가전, 마감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거실 스타일업 패키지’를 통해 고급스러운 라운지형 거실을 꾸미거나, 재택근무 및 온라인 학습에 불편함이 없도록 침실과 업무·학습공간을 분리하는 ‘홈 오피스형 평면’도 선보이고 있다.

업계가 주력하고 있는 층간소음 방지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석·박사급 전문인력 13명으로 구성된 소음 진동 전담부서를 신설해 롯데케미칼과 공동으로 내구성 높은 친환경 고품질 완충재를 개발하고, 벽체지지형 천장 시스템 등 층간소음을 획기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상황 3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요구
도전 3 건설현장에 디지털 기술 접목
요즘 건설 현장은 건자재 가격 상승, 현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인력난에 허우적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 수가 많아지면서 건설현장에선 안전 안내 방송을 3개 언어, 혹은 4개 언어로 해야 하는 실정이다. 롯데건설은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동시에 밀어닥친 자재난과 인력난을 타개하려면 디지털 전환 외에는 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롯데건설은 높은 건물 혹은 지하로 깊이 파야 하는 공정의 경우 드론을 활용해 관리하고 있다. 시공 중 현장정보를 빠르게 디지털화하고 분석한다. 롯데건설측은 “접근성이 낮은 공간에 대한 3차원 모델을 구축하고 인공지능 영상분석 기술의 접목으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인공지능(AI) CCTV를 활용해 건설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작업효율 및 공사기간을 예측하여 최적 자원 투입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하고 있다. 공사진척도를 반영한 최적 작업 경로를 산출하고, 사고예측 알고리즘을 통해 화재 등 재난시 능동적인 대피안내와 재난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종필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이성 친구를 선택할 때 중요한 “평가 기준”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젊은 대학생 답게 주로 외모와 관련된 기준들이 많이 등장한다. 가끔 매우 성숙(?)하게 이성 친구의 지적 능력, 경제적 능력 등을 언급하는 학생들도 있다.

평가 방식”도 물어본다. 모든 평가 기준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가장 뛰어난 사람을 선택하는지, 혹은 제일 중요한 기준을 가장 높게 만족시키는 사람을 선택하는지, 반대로 적어도 이 정도는 갖추어야 한다라는 방식으로 선택하는지 등등 다양한 방법들을 토의한다.

한참을 재미있게 얘기하다 잠시 주제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본다. “이번에는 반대로 좋아하는 이성에게 선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어떤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까?”

앞서 즐겁게 의견을 얘기하던 학생들의 표정이 이번에는 매우 심각해진다. 내가 선택을 하는 것과 ‘선택을 받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마케팅 수업에서 필자가 소비자의 “평가 기준”과 “평가 방식”을 강의할 때 자주 활용하는 토의 내용이다. 기업과 소비자 간의 관계에도 이 문제가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마케터는 좋아하는 이성에게 무작정 들이대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현명한 마케터는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고려할 때 어떤 “평가 기준”을 사용하는지, 그리고 어떤 “평가 방식”을 활용하는지, 즉 소비자의 “대안 평가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중요한 평가 기준이 시대와 환경 변화, 혹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중요한” 평가 기준과 “결정적인” 평가 기준은 다르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

아파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획일적인 삶을 지양하는 MZ세대의 등장, 코로나 등으로 주거 공간 활용의 중요성 등이 증가하면서 아파트 선택의 평가 기준 역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물론, 아파트는 주요 부동산 자산이기 때문에 당연히 투자 가치, 입지, 교육 환경 등과 같은 전통적인 평가 기준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보통 개인의 경제적 상황에 의해 크게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비슷한 예산 내에서라면 평면도의 다양성, 내부 커뮤니티 시설, 주차 편의 등이 오히려 최종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롯데건설의 경우에도 ‘살롱 드 캐슬(Salon de CASTLE)’, ‘AZIT(아지트) 3.0’ 등으로 새로운 커뮤니티 시설, 평면도의 다양성 등 새로운 평가 기준을 적극 제시하고 있다. 층간 소음 방지 기술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고, MZ세대를 유입하기 위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이는 모두 소비자의 평가 기준과 평가 방식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마케터는 소비자의 대안 평가 과정을 이해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 최현자 서울대 교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필자 주변에도 ‘우영우 앓이’중인 사람들이 많다. 우영우는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빅히트를 가능케 한 요인을 생각해보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마도 ‘힐링’일 것이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역삼역”
우영우가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시청자들은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힐링’을 느낄 수 있다. 장애인에 대한 콘텐츠라고 하면 우리는 ‘무거운 주제’라는 선입견을 갖게 된다. 그런데 우영우는 장애인을 다루면서도 결코 무겁지 않게 풀어낸다. 무겁기 보다는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준다.

이런 류의 드라마나 영화에 으레 등장하는 ‘악인’이 없는 것도 시청자들을 편안하게 만든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그야말로 악역을 위한 악인이 등장할 법도 한데 우영우엔 그런 악인이 없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도의 ‘나쁜 사람’이 있을 뿐이다.

이런 성공 요인을 갖춘 우영우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채널이 아닌, 다소 생소한 채널을 통해 방영된 점이 관심을 모았다. 제작사가 유명한 채널들에도 방영을 제안했을테지만 아마도 ‘거절’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유명한 채널들이 ‘우영우의 성공’을 알아채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봤다. 장애인 드라마는 무겁고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이 방영 거절의 이유가 아니었을까.

롯데건설 사례는 이 부분과 연결된다. ‘아파트 분양 전단지 광고나 물티슈 사은품 외에 새로울 게 없다’는 인식이 강한 건설업계에서 롯데건설은 편견을 깨는 마케팅을 시도했다. 파격이 항상 최고의 결과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기는 하지만, 파격을 통한 도전이 편견을 고집하는 것보다 좋은 선택임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고급 주거문화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 세대이다. 이들은 기존의 ‘획일화된 아파트 숲’의 편리함은 누릴 수 있되 공동주택에서도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비록 공동주택이지만 획일적이지 않은, 더 나아가 파격적인 주거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소망을 충분히 인식하고 접근한 점이 돋보이는 사례이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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